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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시어머니가 될 아줌마를 미리 알아보는 방법

by 아르보르 2022. 11. 18.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시집간 딸자식 걱정으로 시름이 깊었습니다. 얼마전, 그 집 딸은 좋은 집안에 시집가는 거라며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연인즉슨 이랬습니다. 그 집 시어머니가 직장도 다니고 있고 화기애애한 가족사랑을 과시하는 분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그렇게 갑질을 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 시어머니가 비교적 교양인으로 통하고 있었고 자신의 남편 자랑과 시아버지 자랑도 하고 다녀서 가족 사랑이 깊은 분이시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나서 우리 남편이 반찬투정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 일이 바빠 대충 차려줘도 남편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호호
시아버님도 반찬 투정을 한 번도 한 적 업으시다고 그러셔. 우리 집 남자들은 식성이 너무 좋은가 봐. 호호"

친구와 딸은 저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고 합니다. 아 저 집 남자들은 식성도 좋고, 쩨쩨하게 반찬 투정 따위는 안 하는 남자구나. 여자를 사랑할 줄도 아는 상남자구나. 좋은 집안이네,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시어머니가 저렇게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다녔던 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은 남편 자랑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자랑이었음을, 그리고 며느리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한다는 구속이었음을.

"나는 결혼하고 나서 아무리 바빠도 수십년 동안 한번도 안 빼먹고 남편 밥상은 꼬박꼬박 차려주었거든. 남자들은 아내가 지어주는 밥을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야.
내가 한 번도 남편 밥상을 소홀한 적 없듯이 며느리도 남편을 사랑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남편 밥상만큼은 신경 써서 차려줘야 돼"

아니, 요즘 세상에 여자만 밥을 차리라는 법이 어디 있나요? 남편이 아직도 애인가요? 그럼 장가를 보내지나 말든가. ㅠ 맞벌이 부부라면 아내가 바쁘면 남편이 밥상을 차리기도 하고, 또 남자가 바쁘면 여자가 차리기도 하고 형편 따라 사는 거 아닌가요. 공정은 어디다 팔아먹었나요.

그러나 그 시어머니는 교양인으로 위장했을 뿐, 뼛속 깊이는 가부장적 사고가 몸에 밴 여자였던 것입니다. 자신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며느리에게 밥상 차리기를 그렇게 강요를 한답니다. 

우리나라 사오십대 여자들은 겉으로만 교양인인 척, 젠더 감수성이 있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남자보다 더 여자를 괴롭히는 여자들이 가끔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직장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여자가 여자를 괴롭히는 이상한 상황 말입니다.

그 시어머니는 평소에 이런 말도 자주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자신은 힘들 때마다 시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거짓말 같이 힘이 나더라고 말입니다. 며느리더러 남편이 힘들 텐데 집에 자주 오라고 사흘이 멀다하고 강요를 한다네요.

알고 봤더니 상남자 같았던 남자가 사실은 맘마 보이였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하네요. 아휴 뒤늦게 알게 되면 뭐합니까. 

갑질 시어머니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발톱을 꽁꽁 숨기고 있으니까 미리 아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반찬 투정은 안 한다"라고 공공연히 자랑하고 다니는 아줌마만 피해도 확률을 반절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큰 남자가 반찬투정 안하는 것도 그런 유형의 아줌마에게는 큰 자랑거리가 되니까요.

또, 자신은 가족애가 깊다든지, 시부모님을 공경한다든지, 아무리 그래도 직장 상사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든지 기타등등 왜, 아직도 봉건적인 냄새를 공공연히 풀풀 날리고 다니는 아줌마들 있잖아요. 이런 유형도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야, 답이 없는 것 같다, 빨리 정리하라고 그래" 차마 이 말은 그 친구에게 하지 못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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