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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 게임과 독재자 게임,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일까?

by 아르보르 2022. 11. 23.

최후통첩 게임과 독재자 게임

최후통첩 게임이 말하는 인간의 본성

근자에 이기심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 본다. 이기심이 인간이라면 모두 타고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내가 당신과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불러서 당신에게 백만 원을 주며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라면, 당신은 얼마나 그에게 줄 것 같은가?

만약 상대방이 당신이 주는 돈이 너무 작다고 거절하면 둘 다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협상도 할 수 없고, 두 번째 기회도 없다.

또한 입장이 바뀌어 똑같은 규칙에 따라 낯선 이가 당신과 함께 백만 원을 나누어 가지는 상황이다. 당신은 그가 백만 원에서 얼마를 떼어 주면 수락할 것 같은가? 잘 생각해야 한다. 거절하면 둘 다 꽝이니까 말이다.

그림 네이버 지식백과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 불리는 이 게임은 1982년 독일의 사회학자 베르너 귀스(Wermer Guth)가 고안했고, 지난 20년간 연구자들은 많은 국가에서 수천 명을 상대로 다양한 금액으로 이 게임을 실시하였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실험을 자주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돈을 나누어 제안하는 사람을 '제안자', 제안된 돈을 수락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사람을 '응답자'라고 부른다.

실험 결과, 제안자가 가장 흔히 하는 제안은 나누어야 할 금액에서 50퍼센트였고, 대부분의 제안자는 적어도 30퍼센트 이상을 제시했다. 응답자들은 소수만이 20퍼센트 미만의 액수를 수락했지만 보통은 30퍼센트 미만이면 거절했다. 응답자가 기분이 상한 것이다. 

호주의 경제학자인 리사 카메론(Lisa Cameron)은 인도네시아인 자원자들은 대상으로 매우 큰 액수로 최후통첩 게임을 실시하였다. 한 실험에서 제안자는 대략 3개월 수입에 상당하는 금액인 20만 루피아를 나누어 가지도록 요청받았다.

평균적인 제안은 42퍼센트였다고 한다. 금액이 올라가니까 제안자들이 50%보다는 조금 더 적게 떼어주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큰 변함이 없었다. 25퍼센트 미만의 모든 제안과 30퍼센트 이상의 제안 중 일부가 거절되었다. 이들은 '받을 돈'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많은 액수인 경우에도 "됐소, 당신이나 가지쇼"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청난 자존심이다! "가지려면 받고 아니면 말라."라는 식의 인색한 최후통첩에 대한 응답은 "됐소, 당신이나 먹어라(You Can Keep It)"이다. 이것을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의 저자 피트 런은 'youcki 본능'이라 이름 붙였다.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은 행동경제학이 주류 경제학(또는 전통 경제학)을 반박하는 논거로 자주 인용되는 게임 이론이다.

전통 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돈을 몇 푼을 주든지(0원 이상이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 전통 경제학이라면 제안자도 단 1원만 제안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전통 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은 지구상에 없다는 걸 증명해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하더라도 자존심을 구기지 않았으며 공정하지 않은 제안은 단호히 거절했다.

여기서 제안자들이 5:5로 나누는 것을 공정심의 발로라고 볼 수 있을까? 상대방의 'youcki 본능'을 알고 빈손으로 끝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이기적인 욕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 게임이 밝힌 인간의 본성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제안자의 의도를 시험하기 위해 최후통첩 게임은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을 고안해 냈다.

이 게임에서는 응답자가 제안자의 액수를 거절할 수 없다. 제안자가 얼마를 제안하든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안자들은 최후통첩을 제안하지 않고 자기 맘대로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

네가 받든 지 말든지 나는 이 금액만 네게 줄 거야!

독재자 게임에서 평균적인 분배 양상은 최후통첩 게임보다 덜 평등했고, 어떤 사람들은 한 푼도 주지 않는 이기심의 극악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안자들은 자신이 다 먹을 수 있는데 상대방에게 상당한 금액을 제안했고, 심지어 돈을 똑같이 나누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은 생각보다 다같이 공정하게 살기를 원한다. 주류 경제학이 가정하는 인간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더 인간적인 면모를 자주 보여준다.

여담으로 인터넷 카페에서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을 실험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그 카펫지기는 엉뚱하게도 상황 설정을 길에서 돈을 주웠는데 응답자가 거절하면 파출소로 갖다 준다고 했다. 실험 결과가 어땠을까? 대다수가 파출소로 갖다 준다고 응답하고 말았다. ㅋ

피트 런은 'youcki 본능'은 보편적이고 힘도 강하다고 말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할 것 없이,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고립된 부족 사회든 차이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거다.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게임을 실시해도 결과는 서로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이 실험을 하지는 말자. 싸움이 날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우리 인간이 냉혹한 자본주의 혹은 경쟁논리에만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실험 결과에 위안을 삼는다. 우리 인간은 생각보다 이기적이지 않고 나름 공정함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독재자 게임에서 당신이 백만 원을 받았다면 생면부지인 상대방과 얼마를 나눠 가지겠는가?

참고 문헌

피트 런 지음, 전소영 옮김,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흐름출판, 2009. pp. 141 ~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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