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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로깅

가상인간 로지와 디지털 휴먼의 미래

by 아르보르 2022. 5. 24.

진정한 가상인간의 출현

작년에 모 보험회사의 광고에 등장한 로지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가상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깜쪽같이 만들 수 있지, 감탄이 나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받았던 경이에 버금갔다.

 

그리고 가상인간의 제작 방식을 자세히 들여보자, 신선한 충격은 이내 사라졌다. 가상인간이라고 해서 무에서 창조된 개체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본캐인 인간이 있고, 그 인간을 디지털 소스로 변환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가상인간이라는 걸 알고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첨단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기술과 AI가 만나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지금의 가상인간과는 전혀 다른 종의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지금 현재의 가상인간의 종류와 미래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상인간, 디지털 휴먼 정의

가상 인간은 인간의 얼굴이나 목소리, 몸 등 일부 또는 전부를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디지털 소스로 변환한 존재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루이처럼 얼굴만 디지털 소스로 변환한 존재가 있는가 하면, 로지처럼 몸 전체를 디지털 소스로 변환한 가상인간도 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가상세계에서 주로 활동하며 명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도 하고, 노래를 발표하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가상인간, 버추얼 휴먼, 디지털 휴먼 등으로 혼재되어 쓰이고 있다.

 

가상인간, 디지털·버추얼 휴먼 용어상 차이

가상인간은 언론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문자 그래도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존재라는 개념에 방점을 찍은 용어이다.

버추얼 휴먼은 IT산업 분야 중에서 버츄얼 리얼리티(VR, Virtual Reality)와의 관련성을 강조하기 쓰이는 표현이다. 인공인간은 인공지능에 대비하는 느낌이 강하데 드는 용어다.

디지털 휴먼은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디지털 세계에 구현된 아바타와 같은 존재를 강조해서 가리키려는 용어이다.  

Virtual Human을 번역하면 가상인간이 되는데, 디지털 휴먼이나 버추얼 휴면이나 어떤 용어를 쓰든지 간에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는 캐릭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가상인간, 각국의 대표 디지털 휴먼

슈퍼모델 '릴 미켈라 Lil Maquela'

가상인간의 세계의 시조는 미국 스타업 브러드(Brus)가 개발한 릴 미켈라(Lil Maquela)이다. 릴 미켈라의 정체성은 패션모델이자 가수이다. 샤넬이나 프라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약 310만 명에 이르는 인싸이다.

 

주근깨가 매력적인 릴 미켈라는 할리우드 셀럽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자극적이고도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다. 

 

특히, 미국의 20대 이하의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릴 미켈리는 2016년 데뷔한 이래 연간 1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가상인간 이마

일본의 가상인간 '이마 IMMA'

일본의 3D 이미징 스타트업 AMW가 2019년에 개발한 가상인간, 이마는 2020년 일본 이케아의 광고 모델로 기용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마는 일본어로 '지금 いま'이라는 뜻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33만명을 보유한 이마는 의류와 주얼리 브랜드 등과 콜라보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고 있다. 사진 위주로 활동하던 초창기 때는 기술적인 문제가 없었으나 동영상으로 활동하면서 합성한 티를 드러내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강렬한 블랙을 강조한 슈두

영국의 '슈두 SHudu'

흑인 슈퍼모델의 정체성으로 디자인된 영국의 유명 사진작가 케머런 제임스 윌슨 제작한 가상인간이다. 22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슈마는 삼성 갤럭시 광고 모델을 비롯해 페라가모와 발망 등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가상인간들

로지(오로지) 

컴퓨터그래픽 및 특수효과 전문 기업인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에서 제작한 로지는 2020년 데뷔했다. 로지의 정체성은 20대의 패셔니스타로 재능 있고 개성 넘치는 젊은 여자 캐릭터로 디자인되었다.

 

가상인간 로지

동양적인 얼굴과 서양적인 신체비율이 눈길을 끄는 가상인간이다. 2021년, 신한라이프 브랜드 광고 모델로 인지도를 쌓았고,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끼와 개성을 발휘하며 2022년 5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127천 명을 보유하고 있다.

 

루이 

디오비스튜디오가 개발한 버추얼 휴먼 루이는 노래와 춤이 춤이 특기인 20대 여성이 정체성이다. 버추얼 휴먼 루이의 실제 모델은 아이돌 지망생이었으나 지금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 여성이다.

 

버추얼 휴먼 루이

2020년 10월에 탄생한 루이는 루이커버리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하며 한국관광공사 등의 모델로도 활동하며 2022년 5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132천 명을 보유하고 있다.

 

수아 

게임회사 넵튠의 자회사 온마인드가 개발한 수아는 K팝 걸그룹을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으며 실제 사람을 스캔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한 땀 한 땀 컴퓨터 그래픽 툴을 활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대표 디지터 휴먼, 온마인드의 수아

2020년에는 유니티코리아의 홍보 모델로 발탁된 수아는 2021년에는 SK텔레콤에서 분할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로부터 8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가상인간, 디지털 휴먼의 미래 전망

SNS는 사람들이 더욱 외모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SNS에 올라온 타인들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너도나도 연예인 외모를 갖기를 원한다. 적극적으로는 성형을 하고 소극적으로 사진 보정 어플을 사용하는 까닭이다.

 

가상인간, 디지털 휴먼 기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갖기 원하는 완벽한 외모를 제공해준다. 비주얼이 더없이 중요한 시대에 기업들도 가상인간을 적극 활용한다.

 

가상인간들은 소위 말하는 휴먼 리스크가 없다. 디지털 휴먼이 음주운전을 하거나 스캔들을 일으킬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유명 연예인보다 광고 모델료도 싸다. 꿩 먹고 알 먹기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 누구나 본인의 부캐로서 가상인간, 디지털 휴먼 하나쯤을 가지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모지를 만들듯이 가상인간을 뚝딱 만드는 시대도 올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가상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디지털 소스로 변환시킨 존재라는 한계를 갖는다. 디오비스튜디오의 루이는 실제 20대 여대생을 촬영하고 그 위에 가상 얼굴만 디지털적으로 입힌 것이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로지는 세 사람의 모델을 촬영한 후 CG 작업으로 가상 인간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현재의 가상 인간은 펭수의 디지털 버전에 불과하다. 메타버스나 가상세계에서의 가상인간은 가면무도회와 비슷하다. 기업 브랜드의 가상 광고모델이 언제까지 신선함을 잃지 않고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뭐든 초창기에는 호기심으로 어그로를 끌 수 있다. 가상 인간이 식상해지는 날이 오면, 인간은 결국 인간의 진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인간의 부캐로서의 가상인간은 얼마나 인격을 가질 수 있느냐가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가상인간을 조종하는 것 역시 인간이고, 가상인간을 보는 사람들 또한, 가상인간의 뒤에서 열일을 하고 있는 본캐 인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점이 현 단계의 가상인간이 가지는 피할 수 없는 한계이다.

 

그리고 인간을 본뜬 것이 아닌, 무에서 전혀 새롭게 창조된 인공인간이 출현한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인간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활동한다면, 바로 그를 진정한 의미의 인공 인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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