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힘들게 일어나서 출근하고 지친 몸으로 퇴근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나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남들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나 들여다보는 것도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다.
이다혜의 퇴근길의 마음(빅 피시, 2022)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일할 수 있었던가를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 에세이집이다.
작가 이다혜 프로필
영화전문지 『씨네 21』 기자. 라디오 프로그램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다. 커리어 목표는 오랫동안 필드에 있는 사람 되기. 뜻이 맞는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앞으로 나아갈 일을 모색하는 것.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아무튼, 스릴러』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교토의 밤 산책자』 『출근길의 주문』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코넌 도일』 『내일을 위한 내 일』 『여행의 말들』 등을 썼고, 옮긴 책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있다.
퇴근길의 마음에 대해
<퇴근길의 마음>을 읽어보면 아, 이 사람도 그렇게 살고 있었구나, 우리 모두는 그렇게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공감을 느끼는 구절도 많을 것이다.
작가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일을 막 하고 싶다는 기분을 만들어서 노력하기도 했고, 의무감을 동력으로 삼아서 해야 할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그냥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기로 한 일을 그냥 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작가 이다혜는 시야도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당겼다. 먼 희망이나 기대 대신에 오늘 할 일과 오늘 만날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것보다 더 단단하게 일상을 보내는 방법이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최저선보다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매일 연습'을 하는 동서양의 고전음악 연주자들을 보면서 작가가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최저를 지키기 위한 루틴 만들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매일 잠을 자듯이, 매일 밥을 먹듯이, 연습하거나 훈련하거나 공부를 하더라는 것이다. 작가는 연주자나 운동선수가 '매일의 연습'에 대해 갖는 경건하기까지 한 헌신을 쉽게 흉내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빼먹지 않는 집중의 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예컨대, 일정량의 글을 읽거나 쓰고, 일정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고. 안 되면 말고라는 생각을 그만두고, 어떻게든 채워보자라는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최저선을 서서히 높이다 보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갱신하는 일도 불가능하진 않겠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내가 뽑은 퇴근길의 마음 문장
파도가 칠 땐 파도를 타고, 파도가 없을 땐 물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다음 파도를 기다린다. 어떤 파도는 너무 거세기 때문에 타기가 어려울 테고, 어떤 파도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듯 나를 사뿐히 들어 옮길 것이다. 그 모든 파도는 한 번뿐이고, 결국은 모두 지나간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잔잔한 바다에서도 높은 파도에서도 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145쪽)
작가 이다혜는 오랫동안 필드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커리어 목표라고 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짧고 굵게 보다 '가늘고 길게'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가늘고 길게 사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족할 수 있는 자신의 시간으로 사는 길이다.
그것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노력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마음 가짐을 갖게 된다면 잔잔한 바다에서도 높은 파도에서도 물에 빠지지 않고 오래 생존해 있을 확률이 아무래도 높을 것이다.
<퇴근길의 마음>은 직장인의 평이한 언어로 쓴 수필집이다. 작가는 "어떻게 지치지 않고 일하시나요"라는 물음에 "그냥 합니다"라고 답한다고 한다. 맞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너무 많이 계획하지도 않고 오늘의 일을 그냥 하는 것이 직장 생활의 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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