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옷을 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옷장에 옷이 쌓이게 마련이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기 위해 그간 미니멀라이프 책 몇 권을 읽고 나름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미니멀 라이프 도서에서 제안하는 옷 정리하는 방법대로 실천해 보았지만 매번 옷장이 잘 정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옷장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이유에는 미니멀리스트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방어기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미니멀리스트들이 제안하는 옷장 정리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미니멀리스트 제안 옷정리 방법
옷을 하나 샀으면 하나는 버려라
미니멀 라이프에 요구되는 옷정리 방법은 대개 이렇다. 먼저 옷을 하나 살 때마다 옷가지 하나는 꼭 버리라는 것. 사실 이게 가장 합리적인 실천 방법이다. 버리지 않고 옷을 사기만 한다면 언제가 옷장은 터지고 말 테니까.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름신 때문에 옷을 사모으고는 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버릴 옷은 언제나 없어 보인다.
일 년 동안 안 입은 옷 과감히 버려라
다음으로는, 옷장을 열고 최근 일 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과감히' 가려내어서 갖다 버리는 것이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이니 앞으로도 입을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였다. 백퍼 맞는 말이다.
난 그 '과감히'도 안되었다. 미니멀 라이프 도서에서는 한꺼번에 내다 버릴 것을 추천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최근 일 년 동안 입지 않았지만 어쩌면 다음에 입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특히 옷에는 추억이 배어있다. 마음에 들어 그 옷을 샀거나 누군가 선물을 주어 한동안 몸에 걸치고 다녔으니 추억이 몸 가까이에 더 착 달라붙어 있었을 수밖에.
하여 쩨쩨하게 일주일에 한 가지씩 버리곤 했다. 일주일에 하나씩 버리자니 그게 더 괴로웠다. 무엇인가를 버린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버릴 때마다 감정소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은 미니멀리스트가 권하는 대로 한꺼번에 죄다 버리기로 했다. 옷장을 열고 정장과 바지들을 꺼냈다. 장장 세벌과 바지 열서너 벌을 정리했다. 차마 내다 버릴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일 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정장도 있었고 사이즈가 맞지 않아 다이어트 후에 입으려던 옷도 있었다. 선물 받은 옷은 또 그것대로 추억인지라 버리지 못한 옷도 있었다.
작년에 옷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했었는데 아직도 버리지 못했던 옷들이 먼지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오늘은 가을철 정장과 바지만 하기로 했다. 남은 옷은 다음에 하기로, 자아 고갈이 너무 심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 어려운 이유
미니멀 라이프가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보유효과와 손실회피 편향이 결정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방해하는 주범이다. 이 방어기제를 잘 알아야 미니멀라이프도 잘 실천할 수 있다.
보유효과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는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소유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적으로 생겨나게 되는 애착심을 말한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커너먼의 머그컵 실험이 유명하다.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학교 로고가 있는 머그컵을 나누어주었다. 학생들에게 머그컵의 적정가를 평가하게 했는데, 머그컵을 받은 그룹은 약 5달러를 책정했고, 받지 못한 그룹은 2달러 미만으로 평가했다.
아주 짧은 순간, 자신의 손으로 만져봤을 뿐인데도 보유효과가 극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빅토리아 대학교의 잭 네치 교수의 머그컵 실험도 유사한 결과다. 기업들은 보유효과를 이용한 무료 체험행사로 떼돈을 벌곤 한다.
보유효과는 소유할 뻔한 물건에도 생긴다. 홈쇼핑이나 경매업체들을 먹여 살리는 게 이러한 심리적 소유권, 즉 '가상 소유권'이다. 어떤 제품을 마음으로 찜하고 있는데 누군가 먼저 그 제품을 들고 가 버리면 속이 쓰린 법이다.
전통 경제학에 반하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은 행동경제학자들이 발견한 손실회피 편향과 연결된다.
손실회피 편향
손실회피 편향(loss avesrion bios)은 쉽게 말해 1만 원을 얻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1만 원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2배 가까이 크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유명한 실험으로 입증했다.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손실회피 편향은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자를 만들어내고 연인관계에서는 남주기는 아까운 식어빠진 연인들을 양산한다. 매몰비용이라고 통용되는 본전 생각이 작동하는 것이다.
자신의 물건을 남에게 주거나 버린다는 행위는 이러한 손실회피 편향을 자극하여 극심한 고통을 남긴다. 그러니 한 가지씩 자주 실천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실행하는 것이 고통이 덜하다.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언제까지 안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미니멀라이프 최종 목표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오늘 쌓여 있던 입지 않고 쌓여있던 가을철 옷 정리를 성공리에게 마친 나에게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병행해서 마음의 정리도 하기로 했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길은 자아를 똑바로 대면하는 길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갖고 살아가면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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