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의 주범, 미수거래와 신용거래
오늘 코스피는 다행히 2.26% 상승한 2,366,60에 장을 마쳤지만, 최근 연일 하락으로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폭탄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6월 1일에서 24일까지 반대매매 누적금액은 3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하루 평균 212억 원의 반대매매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매매란 개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수했다가 기일 내에 미수금을 갚지 못해 증권사에 의해 주식이 강제 매도되는 것을 말합니다. 개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미수거래와 신용거래입니다. 미수거래와 신용거래가 반대매매의 주범입니다.
주식 미수거래란
증거금율(미수금)
미수란 일정 수준의 증거금만 있으면 현금이 없어도 주식을 살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미수거래는 주식 매매체결 후 영업일 기준 3일째 되는 날에 결제(입출금)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용한 거래 방식입니다. 투자자들은 미수거래로 주식을 매입한 뒤 결제일 이전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되팔아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미수거래를 시작하게 됩니다.
미수거래에서 증거금률은 증권사별, 종목별로 다르지만 대개 40~100%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면 A종목이 증거금률이 40%라고 하면, 4천만 원만 있으면 1억 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미수금(증거금) 제도입니다. 직관적으로 봐도 상당히 위험한 방식입니다. 위험한 방식 같아 보이는데, 개미투자자들은 왜 미수거래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미수금과 레버리지 효과
한 주당 10만 원 하는 A종목을 투자원금 4천만 원에 미수금 6천만 원을 합쳐 총 1억원에 1천주를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다음날 주가가 30% 올라 주당 13만원이 되었다면 A 주식의 총 평가금액은 1억3천만 원이 될 것입니다.
매수한 후 사흘이 되기 전, 즉 결제일 전에 A주식을 되팔면 미수금 6천만원을 갚고, 투자원금을 빼고도 순수익금이 3천만원이 됩니다. 주가는 30퍼센트 올랐지만 투자원금 대비 투자수익률(ROI)은 무려 75%가 되는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개미투자자들은 바로 이 마법과 같은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불나방처럼 미수거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는 어떨까요? A주식을 매매하고 사흘째 되는 날까지 미수금을 갚지 못했는데, A종목이 예상과 달리 매입가 10만 원에서 30퍼센트가 떨어져 종가가 7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반대매매 시간
증권사는 미수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이 A종목을 다음 날 개장과 동시에 동시호가에 하한가로 팔자 주문을 칩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합니다. 이때, 증권사는 미수금 6천만 원에 해당하는 A종목 858주(×7만 원 = 6천만 원)를 시장에서 최우선적으로 매도 체결시키기 위해 동시호가에서 하한가 주문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시호가이기 때문에 하한가 주문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하한가로 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같이 하한가 종목이 속출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하한가 체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수거래 손실 계산
하한가로 체결되었다면 투자자의 손해는 얼마나 될까요? A주식 858주는 증권사에서 이미 반대매매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투자자에게 남은 건 142주, 즉 994만 원 치의 A 주식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결국 4천만 원을 투자했다가 투자원금의 75%를 날려 먹은 셈입니다.
미수거래는 기관투자가나 큰손은 거의 하지 않고, 미수금이 쌓이는 종목도 관리종목이나 소형주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들 종목이 한 번 상승 탄력을 받으면 또 무섭게 오르는 관성을 보여 개미 투자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수 물량은 영업일 기준 3일 이내에 다시 팔아서 갚아야 하는 급매물입니다. 급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면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미수잔고가 급증하면 "주가가 단기 상투 수준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고, 반대매매로 주가가 단기에 급락했다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는데, 어제 금요일 코스피 상승도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신용거래
미수가 일수돈이라면, 신용거래는 중기대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미수 거래는 증권사 위탁계좌를 개설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신용은 먼저 신용거래 계좌를 개설해야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신용거래란 주식매수 시 증권사에게 증거금을 내고 담보비율 유지를 확약하고 투자자금(신용융자)을 대출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신용거래는 투자자별, 종목별, 증권사별로 대출기간(대개 90일)이나 담보비율, 보증금률(증거금률), 신용융자 한도액 등이 다르게 책정됩니다. 자세히 알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신용거래 이자율은 미수금 이자율보다는 낮은 7~ 10퍼센트 수준이지만, 신용거래 현금 미수가 발생하면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들어가는 것은 매 한가지입니다.
오히려 미수는 돈을 빌리는 기간이 사흘밖에 되지 않아 원금까지 완전히 날릴 가능성은 희박하나, 신용거래는 신용대출 기간이 장기간이므로 피해액은 미수거래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용거래가 깡통계좌를 양산하는 원흉입니다.
하여, 미수와 신용 거래를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미수와 신용거래는 지수 하락 → 반대매매 → 추가 하락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만드는 늪과도 같습니다. 패닉에 빠질수록 바닥은 더 깊어집니다. 그래서 투자는 오직 현금만으로 한다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많은 투자 구루들이 말합니다.
2022년 6월 15일, 반대매매 물량은 316억 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어제(24일)에도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이 316억원을 기록하며 7거래일만에 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는 등, 이 추세대로라면, 미수금 월별 최고치 경신도 고려해 두어야할 것입니다.
저 미수대금은 분명, 누군가의 피땀 어린 돈일 것입니다. 기관투자가나 큰손의 돈은 거의 없습니다. 역대급 반매 매매 폭탄으로 코스피 지수가 20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증권사도 생겼습니다. 안타까운 소식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미수와 신용거래는 앞으로 거들떠보지도 않기를 진심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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